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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5일 월요일

...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 
막막한 질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니체는 이런 고민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무엇이 가치 있을까 ?
무엇이 의미있고 좋은 삶을 만들까 ?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뭘까 ?
이런 가치관은 내 선택을 지배하고, 내 열망과 목표와 행동의 근거가 된다.
따분하거나 초조해지고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순간이 오면, 니체는 바로 그때 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라고 간곡히 말했다.
니체가 보기에, 의문을 품는다는 건 어떤 형태든 정신이 건강하다는 신호였다.

어느 날 당신이 문득 멈춰 서서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고 있지 ?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걸까 ?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 라는 의문을 품는다면 당신은 올바른 질문을 시작한 것이다.

...

니체도 고유한 자아를 찾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데 동의했다.
"자기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일, 자기 자신이라는 구덩이 안으로 곧장 격렬하게 내려가는 일"은 힘들고 위험하다.
자아-탐구라는 이 여정을 시작하는 일은 위험하고 순탄치 않다고 그는 경고한다.

...

그러나 삶에는 세트포인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거야 ! 나는 번영하고 있어 !"라고 외칠 수 있는 지점은 없다.
우리는 최후의 종점을 향해 계속 움직여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다.
그곳에선 행복과 황홀의 장면이 지나가면 좌절과 깊은 절망의 장면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니체와 켐벨은 목소리를 모아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을 찾고 나만의 독립된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이 삶이라고.
왜냐, 삶은 당신 앞에 펼쳐진 길이니까.


- <뉴필로소퍼 vol.28> 중에서...


2025년 5월 4일 일요일

...

<나의 노래>

월트 휘트먼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 동물과 함께 살고 싶다.
동물은 아주 태평하게 스스로 살아간다.
나는 한 자리에서 오래오래 그 녀석들을 바라본다.
녀석들은 딱히 애쓰지도 않고, 환경을 탓하지도 않는다.
녀석들은 한밤중에 뜬눈으로 자기 죄를 울부짖지도 않고,
신앙의 의무를 논하며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평하는 놈 하나 없고, 욕심에 눈먼 놈도 하나 없다.
굽실대는 놈 하나 없고, 수천 년 전 조상에 무릎 꿇은 놈도 없다.
사방 천지에 대단한 놈도 불쌍한 놈도 하나 없다.


- <뉴필로소퍼 vol.28> 중에서...


2023년 7월 6일 목요일

<치매의 모든 것> - 휘프 바위선 (Huub Buijssen)

 


<치매의 모든 것>
(Demenz und Alzheimer Verstehen)

휘프 바위선 (Huub Buijssen)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심심


이 책을 구매한 건 오래전이고 읽은 건 얼마전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치매에 관련된 이런 저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에서 예측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다.
하지만,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일정 부분"을 따옴표로 강조한 이유는 예상했겠지만 책에서 얻은 정보나 지식이 실제로 활용되기 어려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치매 환자를 대하다보면 아무리 내 가족, 내 부모라 하더라도 교과서대로 되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거친 말과 행동으로 후회할 때가 많아지는데, 아무리 책을 읽고 교육을 받아도 순간 순간 후회하는 행동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책의 내용은 예상대로다.
치매라는 병에 대해 설명하고,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기억 장애를 비롯한 여러 증상들, 그런 와중에도 치매 환자들이 잃지 않고 있는 것들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또한, 치매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환자를 대할 때의 여러가지 팁들도 있고, 문제 행동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은 바로 간병하는 가족에 대한 내용이다.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회환, 후회, 고통 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실려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다만, 모든 것이 책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책에는 엽서 크기의 카드 형태로 '치매 환자 대할 때 중요한 소통 규칙', '치매 환자에게 편안한 환경 만들어주기', '치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치매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말' 등의 내용이 담긴 인쇄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잊을 때마다 한번씩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내용들을 여기에 올려 본다.

<치매 환자 대할 때 중요한 소통 규칙>
-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않는다. (예; 옷을 입히면서 질문을 하지 않는다.)
- 환자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 눈을 맞춘다.
- 최대한 간략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 "왜"로 시작하는 질문 대신 "무엇", "누구", "어떻게", "어디서"로 질문의 문을 연다.
- 부탁을 할 때는 환자가 그 부탁을 실행하기 직전에 해야 한다.
- 치매 환자가 지금 이 순간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 환자의 (과거) 관심사, 습관, 취미를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
- 실수를 바로잡아 줄 때는 최대한 조용히, 소리 죽여 말한다.
- "늘", "절대", "원래는" 같은 책망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처럼 환자가 싫어하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 환자 앞에서 속닥거리지 않는다.
- 어른한테 말하듯 한다.
- 환자가 자기 상황을 모를 것이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다.

<치매 환자에게 편안한 환경 만들어 주기>
- 식사는 간소하게 차린다.
- 어두운 색깔의 식탁에 밝은 색깔의 그릇을 사용하고, 여름에도 조명을 밝게 한다.
- 식사 도중에 왔다 갔다 하면 환자가 집중을 잘할 수 없다. 환자가 식사할 때는 최대한 동작을 멈춘다.
- 주변 환경과 확실히 구분되도록 색깔이 진한 가구를 배치한다.
- 치매 환자에게 다가갈 때는 뒤나 옆을 피하고 앞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코앞까지 가기 전에 미리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 치매 환자에게 물건을 건네줄 때는 그 물건의 이름을 말한다.
- 바닥에 어두운 색깔의 매트나 양탄자를 깔지 않는다. 치매 환자 눈에는 그런 것들이 (공포를 조장하는) 검은 구멍처럼 보인다.
- 계단 모서리에 색깔을 칠하거나 줄무늬를 넣어서 잘 보이게 한다.
- 집 안이 항상 환하도록 살핀다. 특히 햇빛이 많이 들도록 한다.
- 환자가 창가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물론 환자가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 더 좋다.
- 안과에 자주 들러 환자의 눈 상태를 점검한다.

<치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 오늘 점심에 뭐 드셨어요 ?
- 이 블라우스 새로 샀어요 ?
- 내가 누군지 아세요 ?
- 뭐 하고 싶으세요 ?
- 그거 저번에도 말씀하셨어요.
-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 이해가 안 되네.
- 왜 물으세요 ?
- 머리 깎으셨어요 ?
- 지금 몇 시예요 ?
- 오늘 뭐 하셨어요 ?
- 그 드라마 (특정 프로그램) 보실래요 ?

<치매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말>
- 블라우스 예쁘다. 처음 봤네.
- 아빠, 아빠 뵈니까 너무 반가워요.
- 산책 갈까요 ?
- 재밌네. 난 몰랐어요.
- 제가 잘 못 알아들었어요.
-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 얼굴이 좋아 보여요 !
- 몸은 좀 어떠세요 ?
- TV에 볼 만한 거 있나 한번 틀어 볼까요 ?


2022년 8월 6일 토요일

<종이 위의 산책자> - 양철주

 


<종이 위의 산책자>

양철주
구름의 시간


이웃 블로거이신 '필사하는 몽당'님께서 쓰신 에세이집이다.
책을 구매한 건 지난 7월 14일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있어서 책만 사놓고 언제나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평소에 필사하는 몽당님께서 블로그에 올리시는 글의 향기와 많이 닮아 있었다.
뭔가 좋은 차 한잔 마시면서 쉬고 있는 느낌이랄까.
문학과 삶에 대한 몽당님의 담백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 이야기를 필사와 연필, 차, 음악, 영화 등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필사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몽당님은 필사를 통해 명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마치 몽당님과 조용한 찻집에서 여유로운 풍경을 보며 차 한잔 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코로나 치료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1년 9월 4일 토요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판 <페스트>, <노인과 바다>, <프랑켄슈타인>

 


참지 못하고 또 일을 저질렀다.
지난번 열린책들의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도 어렵게 참고 넘겼는데, 이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판은 참지 못하고 구매해버렸다.
모두 5권이 새로 리커버판으로 나왔는데, 그중에 3권을 샀다.
<페스트>, <노인과 바다>, <프랑켄슈타인>
5권 모두 사고 싶었지만, 금액의 부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이 있는데, 또 책을 샀으니 조금 난감하다.
언제 읽을지 알 수가 없는 책들이 점점 더 쌓여가고 있는데, 욕심은 멈추지 않으니...
이왕 이렇게 된거 열린책들 중단편 세트도 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는데까지 참아 보겠지만...
암튼, 뒷일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책을 사는게 대책 없는 일이긴 하지만, 책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좋다.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조국의 시간>

 


<조국의 시간>


오래전 프랑스 영화 중에 <바이올린 플레이어 (The Violin Player, Le Joueur De Violon)>라는 영화가 있었다.
제작 년도를 찾아보니 1994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 개봉이 되었고, 나도 그때 이 영화를 봤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단성사에서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직후 나는 영화의 OST 음반을 구매했었고,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파리의 하수구에서 작은 배를 타고 가며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15분 조금 안되는 샤콘느 전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연주를 하는 동안 도시의 지하 하수구에 살고 있는 노숙자들과 부랑인들은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이 연주자를 지켜보며 음악을 듣는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지성이 이들을 감싸기라도 하는 것처럼 음악은 화면 속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게 된다. 그리고 화면 밖 모든 이들에게도...

지금 우리에게도 바이올린 연주자처럼 한 줄기 빛과 지성과 감동을 주는 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파리의 부랑자들과 다르게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하수구의 부랑자들은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왜 자신들과 같은 부랑자가 아니냐고 따지지 않는다.
자신이 받고 있는 빛과 감동과 지성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어둠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쥐떼들의 소리에 파묻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심지어 그에게 연주를 권했던 이들조차도...

나는 이 연주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연주자가 이 험한 세상을 잘 버텨 훗날 우리가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 사족 : 책에 대한 후기나 서평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오래전 봤던 영화 이야기로 글을 썼다.
나는 조국 교수가 영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홀로는 약하디 약한 개인들을 거대한 물결로 만들 수 있는 식견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조국 교수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솔직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 땅에 트럼프의 시대가 올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2020년 11월 6일 금요일

New Philosopher vol.9 - 삶을 죽음에게 묻다.

 


<New Philosopher> vol.9
삶을 죽음에게 묻다.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죽음이라는 위대한 스승  팀 딘
26   Interview  삶과 죽음  클라우스 보
48   Comic  바다의 노여움  코리 몰러
52   Feature  잘 죽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철학보다 상상력이다  톰 챗필드
58   Feature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68   Feature  사후 세계는 존재할까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74   Feature  죽음은 편도 여행만 허락한다  패트릭 스톡스
90   Interview  오늘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수 블랙
106  Feature  죽음이 전시되는 세상  티파니 젠킨스
114  Feature  어느 철학자의 죽음  나이젤 워버튼
122  Feature  불멸 프로젝트  마리나 벤저민
130  고전 읽기  죽음 속에 큰 행복이 있다  세네카
136  고전 읽기  노인과 죽음 <이솝 우화>
140  6 thinkers  죽음 Death
142  Coaching  죽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  매슈 비어드
146  Our Library
148  Essay  우리 시대의 대멸종  찰스 포스터
156  Interview  나만의 인생 철학 13문 13답  리처드 존스


요즘 '죽음'에 대한 글이나 책들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고, 성찰의 대상으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뉴필로소퍼>에서도 죽음에 대해, 또는 삶에 대해 이렇게 이슈를 발행했는데, 실은 이번 호는 지난 1월에 발행된 vol.9 이다.
1월에 구매해서 한번 읽고 넣어뒀다가 이번에 다시 읽어봤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늘 관심있는 주제였는데,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지난 3년여를 보내면서 조금 바뀌었다.
물론, 특별한 계기가 있었고, 지금은 이 책에 실린 정도의 글들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필요성과 그로인해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예상했던 그대로이다.

<죽음이라는 위대한 스승>은 철학자인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동안 알고 있던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며, <인생은 너무 짧다>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삶이 의미 있는 것 아닌가 말하고 있고, <죽음이 전시되는 세상>에서는 죽음에 대해 거리를 두거나 죽음을 소비하거나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어느 철학자의 죽음>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남은 삶이 오로지 고통뿐인 경우에 조력 자살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늘 그렇듯이 두 꼭지로 실린 인터뷰에서는 사진 작가 '클라우스 보'와 법의인류학자인 '수 블랙' 랭커스터 대학교 교수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삶과 죽음>이란 제목으로 실린 '클라우스 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그가 <Dead and Alive Project>를 통해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며 그들의 장례문화와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을 담고 있으며 그의 사진들도 함께 실려있다. 
이를 통해 그는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 잘못된 문화이며 모두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 블랙' 교수와의 인터뷰는 <오늘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수많은 현장에서 다양한 죽음과 대면하는 경험을 통해 그녀가 생각하는 죽음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 고전 읽기 편에서는 세네카의 글과 이솝우화가 실렸는데, 이중 이솝우화를 아래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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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죽음>

어느 힘없고 가난한 노인이 땔나무를 주우려고 집 근처 숲에 힘겹게 나갔다가 나뭇짐을 만들어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노인은 나이도 많고 돌아갈 길도 멀고 짐도 너무 무거워서, 점점 힘이 빠지고 정신이 흐려지다가 나뭇짐 밑에 깔리고 말았다.
노인은 땅바닥에 주저않은 채로 딱 한번 죽음을 부르며 제발 나를 찾아와서 이 괴로움을 덜어달라고 부르짖었다.
죽음이 노인의 말을 듣자마자 그를 찾아와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 가련한 노인은 죽음의 끔찍한 모습에 겁을 먹고 거의 정신이 나간 채로 덜덜 떨며 죽음에게 대답했다.
자기가 실수로 나뭇짐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것을 혼자 들어올리기에는 몸이 너무 노쇠해서 용기를 내어 도와달라고 죽음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자신이 원하는 전부이고, 자기가 멋대로 불러내어 죽음이 언짢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 "해설"
이 우화는 가장 음울한 공포의 왕인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일반적인 태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죽음의 등 뒤에서는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길을 가다가 작은 접촉 사고만 나도 곧바로 죽음을 입에 담는다.
심지어 너무도 끔찍하고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삶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는 행위가 합법적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막상 죽음이 조금이라도 모습을 드러내려 하면,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느낌만 들어도 사람들의 생각은 바뀐다.
계속 살 수만 있으면 기꺼이 그들의 오랜 짐을 다시 어깨에 짊어지려 할 것이다.
이렇듯이 아무리 늙고 가난하고 비참해도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데, 하물며 젊고 건강하고 온 몸에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독히 죽음을 혐오할 것인가.

<이솝 우화>, 새뮤얼 크록설, 18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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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죽음에 대해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많지는 않지만 몇가지 책도 읽어보고, 몇몇 글들도 읽어봤다.
세세한 내용들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내용들이 죽음에 대한 성찰과 사유, 아름답고 존중받는 노년,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 등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도 글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이런 노년과 죽음을 맞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3년여, 우연치않게 여러 노인들의 삶을 지켜볼 일이 있었고, 몇몇 부고를 전해 듣게 되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물론, 당연히 죽음에 대한 성찰과 사유는 필요하다. 
이건 남은 삶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아름답고 존중받는 마지막 삶이 가능하기나 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몸은 병들어 아프고, 정신은 흐려져 본능만 남게 되며, 비슷한 사람들로만 채워진 요양병원에서의 삶이 과연 얼마나 아름답고 존중받는 삶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책이나 미디어에서 보듯이 정말 끝까지 존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노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인 것 같다.
내가 본 대부분의 노인들은 말그대로 지옥같은 삶을 유지할 뿐이었다.
노인들의 특성상 밤에 잠을 잘 못자는 경우도 많은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는 노인들을 재우려 수면제나 수면 보조제 등을 처방하고 노인들의 가족들조차 이런 것들을 당연시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양병원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들의 삶이 아름다운 삶인지...
설령 가족들이 집에서 노인들을 모신다해도 노인과 그 가족의 삶이 어떤지 세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듯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노인은 노인들대로 괴롭고 가족은 가족들대로 괴로울 뿐이다. 

가난하고, 또는 가난하지 않더라도, 병들어서 거동을 못하거나 정신이 흐려져서 이성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거나 한다면, 그 남은 삶은 고통일 뿐이다.
우리가 책이나 미디어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죽음 그 자체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도, 그 죽음에 도달할 때까지의 남은 삶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참을 수 없는 지옥이다.

나는 이제 더이상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글들을 읽을 생각이 없다.
그건 그저 환타지일 뿐이다.
단, 죽음에 대한 성찰과 사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름다운 노년과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고통스럽고 지옥같은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2020년 9월 5일 토요일

<디즈니 포스터 컬러링북> (Disney Poster Coloring Book) - 디즈니/픽사 스튜디오

 





<디즈니 포스터 컬러링북>
(Disney Poster Coloring Book)

디즈니/픽사 스튜디오


컬러링북을 하나 구매했다.
내가 이용할 건 아니고, 어머니를 위해 구매했다.
그동안에도 여러 컬러링북을 이용했었는데, 요즘 좀 뜸해서 다시 새로운 책을 구해봤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어머니께는 생각보다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이용한 책들은 대부분 색칠할 바탕 그림과 완성된 그림이 서로 옆에 붙어 있도록 편집된 책들이었는데, 이 책은 책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따로 떨어져 있어서 참고하며 색을 칠하기가 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왕 샀으니 한번 해보시라고 드렸다.
일단은 관심을 보이시기는 했는데 잘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번엔 명화 작품을 따라 색칠하는 책을 사드릴 생각이다.
근데, 이런 컬러링북들은 서점에서도 비닐로 모두 포장되어 있어 내용을 보고 사는게 불가능해서 좀 불편하다.
샘플 책 한권 정도는 놔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게 좀 아쉽다.


2020년 6월 28일 일요일

New Philosopher vol.8 -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


<New Philosopher> vol.8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날지에 대한 균형 잡기  마리나 벤저민
24   Feature  당신 내면의 욕망, 그리고 균형  올리버 버크먼
30   Comic  배심원 선정하기  코리 몰러
32   Feature  균형 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  톰 챗필드
38   Feature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46   Feature  게으름과 일중독 사이에 선 사람들  나이젤 워버튼
52   Feature  시간, 희생과 보상이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  티모스 올즈
60   Interview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엘리자베스 앤드슨
74   Feature  정의의 여신이 말해주는 것들  앙드레 다오
80   Feature  언론의 균형 잡기  패트릭 스톡스
86   Feature  대립되는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팀딘
92   Feature  뚱뚱함, 빼빼함, 당신의 선택은 ?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102  Feature  여성 화가 작품이 차별 받은 이유  티파니 젠킨스
108  고전 읽기  남성과 여성의 차이  시몬 드 보부아르
122  고전 읽기  관용에 대하여  장자
128  Interview  균형은 조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마이클 푸엣
142  6 thinkers  균형 Balance
144  Coaching  어른들은 왜 항상 일만 하죠 ?  매슈 비어드
148  Our Library
152  Interview  나만의 인생 철학 13문 13답  나이프 알-로드한


이번 포스팅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했었다.
작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올린다는게 늦어도 너무 늦어서...그것도 잡지를...
발행은 작년에 된 책이고 올 3월에 구매해서 읽었는데,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거의 읽지 못해서 이렇게 늦어진건데, 참 할 말이 없다.

'균형'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번 호는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의 분야에서, 작게는 개인의 삶에 대해서 균형의 의미를 고찰해보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어떤 글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것도 있었고, 어떤 글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러 길고 짧은 글들 중에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과 <언론의 균형 잡기>가 내겐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글이었는데, 전자가 앞서 말했듯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줬던 글이고, 후자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글이었다.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에서는 우리가 흔히 좋다고 알고 있는 균형, 효율, 시스템 등이 실은 환상일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개인의 행위 및 집단 행동의 중요성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그 사회는 감옥일 뿐이고 거짓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한편, <언론의 균형 잡기> 같은 경우는 기계적 균형 또는 중립이 아닌 조명할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한 균형에 대한 이야기로서, 우리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여서 그런지 더 확실하고 쉽게 와닿았고, 다시 한번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밖에도 <균형을 잡는다는 것>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있는 자유로운 존재인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언어/경제/정치/문화의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점을 말하고 있고, <합리적인 중도>라는 짧은 글에서는 양당제 보다는 다당제를 통해 균형이 항상 중도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날지에 대한 균형 잡기>는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 행복, 완벽, 만족 등 다른 모든 불가능한 기준을 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결국 균형을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이런 균형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좀더 관대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당신 내면의 욕망, 그리고 균형>은 인간 내면의 그림자 (또는 욕망)를 인정하여,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모습과 그러고 싶지 않은 모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인간 행동을 사유하는데 유용하고, 그 균형을 잡지 못할때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 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회피하기 위해 고정된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자기 기만에 빠지는데, 이러한 자기 기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이상 정체성 찾기를 그만두고 우리가 그저 여러 역할을 하며 산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워라밸'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실존주의적 역할을 자유롭고 책임감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전 읽기" 부분에서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중에서 발췌한 글과 <장자>의 글이 실려있었고, Interview 로는 미시건 대학교 철학/여성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앤더슨 (Elizabeth Anderson)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 중국사/인류학 교수인 마이클 푸엣 (Michael Puett) 교수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엘리자베스 앤더슨 교수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마이클 푸엣 교수는 동양 철학 속에서 균형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이번 호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 생각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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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과 균형을 혼동하지 말라." - 톰 로빈스


사르트르는 인생이 일종의 실존주의적 역할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는 균형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명 '워라밸'이라고 불리는 '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에는 우리 일상이 일과 삶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두 요소가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러한 전제는 우리가 복잡하고, 가변적이고, 매 순간 현재진행형으로 돌아가는 삶 속에 있다는 진실을 무시한다.
나는 '워라밸'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균형이 불균형보다 우월하다는 뉘앙스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이 말이 엄마를 하나의 역할이 아닌 객관적 대상으로 취급하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라면 '워라밸'에 목을 매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실존주의적 역할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해나가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시작은 엄마를 그만두는 것이다. 
-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중에서...


"한 사회 또는 개인이 문명의 길을 따라 꽤 멀리 나아간 후에야 비로소 여성 평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 레베카 웨스트


《하퍼스매거진》에 실린 '와퍼의 나라 (Home of the Whopper)'라는 글에서 에세이스트 토마스 프랭크는 미국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식당 체인점들을 수많은 성분을 고르게 배합해서 균형 잡힌 제품을 생산하는 비인간적이고 안정적인 무결점 기술로 묘사했다.
"모듈형 구조, 조립 라인을 이용한 음식 서비스, 바구니 한 쌍이 붙어있는 튀김기, 대형 조미료통, 끝을 안으로 접으면 흘리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플라스틱 컵 뚜껑까지, 이것들은 모두 인간 독창성의 승리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그렇게 극대화된 효율성은 연료, 에어컨, 토지, 쓰레기 매립지 등 다른 부문에서는 엄청난 낭비를 초래했다.
사회 통념의 틀 안에서 보면 산업공학의 걸작이지만, 그 틀 밖에서 보면 거기에는 그저 소모되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과 사람이 있었다."
사회 통념의 틀 안에서 시스템은 기계화된 공예 장인처럼 완벽성을 추구하며 움직인다.
모든 성분을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한다.
서비스 지연이나 쓰레기 같은 각종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처리되고 개선된다.
하지만 사회 통념의 틀 밖에서는 수치로 표현하지 않은 낭비가 보인다. 
균형을 잡는 작업에 없어도 되는 재료들이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중에서...


2020년 3월 12일 목요일

"언론의 균형 잡기" - New Philosopher vol.8 중에서...


2018년 3월의 어느 날, 마이크 휴스는 자신이 만든 증기기관 로켓에 올라타고는 모하비 사막 700 미터 상공으로 날아 올랐다.
천만다행으로 그는 산산조각나지 않고 약간의 부상만을 입은 채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는 우주로 나간다는 생각에 매료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그는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이 세상이 평평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저는 지구가 원반처럼 납작하다고 생각해요. 확신하냐고요 ? 당연히 아니죠. 그래서 우주에 나가서 직접 보고 싶은 거예요."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들 사이에 두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여전히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강해졌다.
이러한 신념을 보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식론적 반란에 해당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이 자유사상가이자 개인주의자임을 드러내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 (Flat-earther)'이라는표현 자체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아무도 그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일종의 속어가 되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단순히 잘못된 믿음이 아니다.
이런 신념을 가진 집단은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난 관점을 지닌 이들이다.

우주여행이나 세계지리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그들의 생각까지 반영하는 등 '균형'을 잡아주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이러한 처사가 매우 불공평하거나, 어쩌면 심각한 음모가 연루된 일이라고까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우주 관련 채널에 평평한 지구 가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이 다른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불편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뉴스와 시사 논평 채널이 특정한 노선을 지지하기보다 주제와 관련된 서로 다른 관점들을 다채롭게 조명하기를 바란다.
대중은 '균형 잡힌' 언론을 원한다.
보수적인 폭스 뉴스마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 (Fair and Balanced)'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걸 보면, 특정한 이념에 치우친 사람들조차 편파적인 언론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언론 보도에서 균형이 지니는 역할은 분명하다.
우리는 언론이 단순히 상황을 보여주는 대신 불확실한 부분까지 공정하게 드러내주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가치와 사실관계에 애매한 점이 하나도 없다면, 언론은 단순히 정보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으며 세상은 도덕적, 정치적 이견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언론은 정보 전달의 통로인 동시에 다양한 논쟁을 조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어딘가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와 관련된 모든 관점을 듣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러한 대중의 욕구는 18세기에 일어난 사회 변화의 결과물이다.
바로 그 시기에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고 역사는 말한다).
이마누엘 칸트는 말했다.
"감히 알려고 하라 (Sapere Aude)"
다시 말해서, 세상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단순히 왕이나 교회가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칸트의 사상은 폭스뉴스가 설립 당시 선보였던 그들의 실제 행동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슬로건으로 정확히 표현된다.
"보도는 우리가, 판단은 시청자가 (We Report, You Decide)."

균형의 기본은 논쟁의 당사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훈련 초기부터 이런 태도를 연습해야 한다.
그들의 사명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달자가 되는 것이지, 특정한 의견에 치우친 이해당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폭스뉴스가 대중들에게 비난받은 것은 '공정하고 균형잡힌 보도'라는 슬로건 때문이 아니라, 그 슬로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이 곧 중립이라는 견해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어째서 우주여행을 다룬 TV 프로그램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볼 수 없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대답은 분명하다.
애초에 지구가 납작하다는 주장 자체가 헛소리인 이상, 우리는 그 가능성의 진실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없다.

균형이란 언제나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어떤 목소리에 살펴볼 가치가 있고 어떤 주장에 무게를 실을지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해야 한다.
인생은 짧지만 뉴스 프로그램은 훨씬 더 짧으며, 시간 관계상 잘라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17세기 시인 앤드루 마블이 노래했듯이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모든 관점과 주장을 살피고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다.
작가 데이비드 아이크가 설파한 악명높은 음모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인간의 탈을 쓴 파충류 외계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 여왕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그가 도마뱀인지 아닌지까지 신경써야 할 이유는 없다.

이런 사실들에 비춰볼 때, 놀랍게도 '균형'이란 대체로 방송에서 어떤 관점을 배제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대중의 합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시각을 일일이 조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나친 혐오를 담고 있거나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되는 주장 또한 대중의 담론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물론 꼭 필요한 관점을 무시한다면, 가령 자신의 혐의에 항변할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관점과 전혀 필요없는 관점이라는 양극단을 제외한다고 해도, 언론에게 주어진 개인적 재량은 여전히 엄청나다.

진짜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 된 주제의 상당수가 애초에 논쟁의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의 모양을 논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을까 ?
만약 의견 불일치가 그 자체로 논쟁의 근거가 된다면, 엄밀히 따졌을 때 논쟁을 일으키지 않을 주제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과학 잡지에서 지구의 모양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
지질학계가 지구의 모양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나 예방접종의 효용이나 안전성을 포함하여 언론에서 종종 다뤄지는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논쟁의 경우는 어떨까 ?
이런 문제들의 이면에는 대중이 채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의 전문 의견과 더불어 온갖 아마추어와 사이비 과학자들의 주장이 넘쳐나고 있다.
많은 경우 그 논쟁의 범위를 단순한 '찬반' 양론으로 분류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은 실제와 다르다.
언론은 서로 다른 주장을 놓고 대립하는 두 개의 주요 진영을 비출 뿐이다.
그 '주요' 진영이 토론에 초대되었다는 것은 누군가 그들의 의견이 들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토론이라는 포맷 자체는 그 행위에 참여한 당사자들에게 동등한 중요성과 진정성을 부여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게 뭐 어때서 ?' 라고 당신은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알려고 하면 되잖아 ? 똑똑하고 현명한 시청자가 질 나쁜 논쟁과 조악한 주장을 걸러내면 그만이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증거를 보면 현실은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는 이미지는 '저렇게 조잡한 거짓 주장을 하다니 말도 안돼' 보다 '진짜 제대로 된 토론이 진행되고 있구나'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을 '가짜 균형 (False Balance)'이라고 불린다.
편견과 균형의 차이만을 중요시하는 단순한 관점으로는 '진짜' 균형과 '가짜' 균형을 구분할 수 없다.
진정한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은 중립성에만 목을 매는 태도를 버린다는 뜻이다.
가짜 균형은 우리가 불충분한 관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거나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진정성 있는 주장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할 때 발생한다.

가짜 균형을 피하기 위해 언론은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와 그렇지 않는 주장 앞에서 맥락을 충분히 고려한 선별 작업을 진지하게 수행해야 한다.
균형을 잡으려면 지속적인 노력과 재정비가 필요하다.
균형을 잃은 순간, 우리는 평평한 지구의 끝에서 추락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New Philosopher> vol.8 - "언론의 균형 잡기"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리커버판 <위대한 게츠비>, <숨그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리커버판이 2차로 다섯 작품 새로 출간되었길래 이번에도 역시나 충동 구매했다.
<위대한 게츠비>와 <숨그네>를 구매했는데, <숨그네>는 1차때 출간된 책이다.
원래는 <안나 카레니나>를 살까 생각했었는데, 리커버판은 책이 한권으로 출간되어 그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포기했다.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마음 같아서는 리커버판을 모두 구매하고 싶었으나 충동 구매는 이 정도로 자제했다.
암튼, 책이 여러권 쌓여 있으니 마음이 부자 된 것 같아 좋다.
언제쯤 읽게될 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읽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Philosophie Sentimentale) - 프레데리크 시프테 (Frederic Schiffter)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Philosophie Sentimentale)

프레데리크 시프테 (Frederic Schiffter)

이세진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을 구매한 건 작년이었는데, 오랫동안 읽다말다를 반복하다보니 다 읽는데 거의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전문 철학서도 아닌데 이상하게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계속 덜컹거리는 느낌으로 책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어찌되었건 몇번에 걸쳐 읽어보고 이쯤에서 그만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이렇게 책에 대해 정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 자신도 서문에서 말했듯이,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사상가와 작가들의 아포리즘 10 개에서 영감을 얻어, 때로는 개인적이고 때로는 교훈적인 상념을 에세이로 써내려간 책이다.

작가가 인용한 인물들은 '프리드리히 니체',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그리고 「전도서」와 '미셀 드 몽테뉴', '세바스티엥 샹포르', '지크문트 프로이트', '클레망 로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등이며, 이들의 삶과 작품을 인용하면서 인간 삶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며 고통스럽고 혼돈 상태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상이 장미빛이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들은 이 책을 읽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철학서라기 보다는 에세이이기 때문에 문체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읽어나갈만큼 만만하지도 않다.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보면, '프리드리히 니체'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과, 노동뿐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여가'라 여기는 활동조차 남들과 비슷해지려는 경향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페르난두 페소아'를 통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는 작가의 삶, 권태와 심사숙고 사이의 경계에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몽테뉴'가 죽음에 대한 사유에 매진했고, 삶의 본질이 부조리이고 고통이라 생각했던 사상가라 말하고 있고, '세바스티앵 샹포르' 편에서는 어리석음과 저속함, 편견과 허세, 계산과 야망이 난립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통해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성을 지녔다는 관점을 말하고 있으며, '클레망 로세'에서는 난잡한 무질서, 카오스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이고, 사람이든 사회든 국가든 모두가 무질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도서」의 글에서는 삶의 부조리함과 무의미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마르셀 프루스트'를 통해서는 삶의 슬픔이 글쓰기의 원천이며 그 슬픔을 소설적 관념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짧게 요약하려다보니 자칫 작가의 주장이나 견해를 놓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작가는 삶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책 속에 여러 인상적인 글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귀와 이 책의 주제라고 할만한 문단을 여기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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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

"친숙한 현실이 느닷없이 돌변할 때, 현실을 빚어내는 '양상', 이를테면 신의 섭리 같은 그 무엇이 깨져버렸을 때, 집단이 무너지고 구성원들은 제멋대로 놀며 타자들이 적의를 드러내고 살육에 취할 때, 우리는 흔히 '세상이 무너진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정작 무너진 것은 세계도 아니요, 세계에 속한 그 무엇도 아니다.
무너진 것은 '우주적' 환상이다.
우리는 그 환상을 통해 사물의 본성을 생각해왔을 뿐이다.
이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닫는다.
세계, 다시 말해 그리스인들은 '코스모스'라고 불렀고 로마인들은 '문두스 : mundus'라고 불렀던 것은 어떤 질서, 구조, 조화를 전제한다.
그로써 규칙성, 안정성, 불변성에 의해 모든 배치는 합목적성의 욕망에 부응하게 된다.
그런데 상실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잔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인간의 목숨이 우연과 죽음, 말하자면 '카오스'에 내맡겨진 여러가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 말이다."


2019년 11월 23일 토요일

New Philosopher vol.5 -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New Philosopher> vol.5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  패트릭 스톡스
24   Feature  해킹과 권력의 함수  톰 챗필드
30   Feature  '권력'을 빼고 '도덕'을 논한다는 것  팀 딘
38   Interview  권력이란 무엇일까 ?  키스 다우딩
50   Comic  마키아벨리 사무실  코리 몰러
52   Feature  일상생활이 권력 투쟁의 장이라고 ?  올리버 버크먼
58   Feature  내 대사를 계속해아 한다  마이샤 체리
66   Feature  권력을 좇는 사이코패스  클라리사 세백 몬테피오레
72   Feature  고문이라는 권력  나이젤 워버튼
84   Feature  무지가 곧 힘이다  마리나 벤저민
90   Feature  현대의 권력 '돈'을 이기는 방법  앙드레 다오
96   Interview  권력의 세 가지 차원  스티븐 룩스
110  Feature  마키아벨리는 죄가 없다  러셀 블랙퍼드
116  고전 읽기  여성 해방에 대하여  해리엇 테일러 밀, 존 스튜어트 밀
128  6 thinkers  권력 Power
130  Coaching  왜 어른들은 다른 사람을 괴롭혀요 ?  매슈 비어드
136  Opinion  나는 협동과 조합, 모두 패배했다  정은정
142  Opinion  지금, 당신의 몸도 가해자일 수 있다  김민섭
148  Critic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얽매이지 말 것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154  Our Library
156  Column  비밀 지킬 수 있지 ?  티파니 젠킨스
164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  휴 리밍턴


이번 호의 주제는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이다.
다양한 글들을 통해 권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정의될 수 있고, 또 어떤 식으로 관계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거대 권력보다 일상에서의 작은 권력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읽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고 예상했던 수준의 글들도 있다.

"News from Nowhere"에 실린 '권력 투쟁'이란 글에서 지적했듯이 이미 권력이 되어버린 미디어 또는 문화적 규범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이야기 하는 부분은 이미 다들 인지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고, '극단주의의 부상'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소통이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또한, '주인과 노예'에서는 노동자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 짧은 글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한편,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라는 글에서는 사회적 표준이라는 것이 왜 권력에 의한 표준화인지 이야기 하고 있으며, <'권력'을 빼고 '도덕'을 논한다는 것>에서는 사회의 억압적인 규범을 개인 개인들이 내면화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을 도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권력을 빼고 도덕을 논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내 대사를 계속해아 한다>에서는 우리가 대화를 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분노해야 할 때, 이를 희석하고 무력화시키는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하고자 하는 말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이번 호에서 이 글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너무나 자주 보기 때문에...

그리고 <권력의 세 가지 차원>에서 스티븐 룩스 교수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권력 관계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 이에 저항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나는 협동과 조합, 모두 패배했다>에서는 평소 나도 궁금해했던 부분들을 이야기 해줘서 좋았다. 우리가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까지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소비자로서 권리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지금, 당신의 몸도 가해자일 수 있다>에서는 우리 주변의 일상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우리 자신도 스스로 권력의 가해자가 아닌지 묻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 중간에 실린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들 알고 있는 사진인데,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 앞에 꽃을 들고 있는 한 여인을 찍은 마크 리보우의 사진이다.


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New Philosopher vol.5 - "내 대사를 계속해야 한다." 중에서...


내가 '특정한' 문제를 언급하거나 모범이 될만한 '특정한' 사람을 칭찬한다.
(이때 일반화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일반화 전문 배우는 특정한 것들을 무엇이든 일반화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흑인의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말하면 그는 "모두의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대꾸한다.
우리가 "여성은 모두 억압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그는 "누구나 억압받고 있다."라고 응수한다.
그는 특정 문제를 일반화해서 현실을 모호하게 만든다.
특정한 일에 관심이 집중되면 자기가 혐의를 받기 때문에 그 일을 일반화해서 모두를 연루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책임을 회피한다.
특정한 사람을 칭찬해야 할 상황이 되면 이 배우는 일반화 전략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을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 모두에게 관심을 돌리면서 특정 개인이 이룬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일반화 전문 배우는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계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내가 특정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때 뉘앙스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뉘앙스 전문 배우는 세상 만사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한다.
뉘앙스 전문 배우는 우리 주장이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문제의 모든 측면을 샅샅이 살펴 보았는지 의심한다.
그런 방식으로 그는 우리가 비판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아 버린다.
그는 어떤 일이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부당한 행동에 항의하면 그는 언제나 똑같이 대꾸한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면 안돼요"
그는 문제가 복잡하니 좀 더 논의해보자고 말하면서 간단한 행동조차 중단시켜 버린다.


내가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가스라이팅 :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한 말로, 상황을 조작해 타인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어서 그를 통제하는 행위.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무슨 말이든 해서 우리가 방금 언급한 내용에 관해 우리 스스로 오도된 의구심을 품도록 몰고 간다.
우리가 직접 겪은 부당한 일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믿어주는 대신 우리 경험을 의심하게 만든다.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요. 그 사람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우리가 폭행당했다고 말해도 그는 믿지 않는다.
"확실해 ?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우리의 사회적 위치를 구실 삼아 우리 경험을 의심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진실'을 오해한 것은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인종 차별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때 취약성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취약성 전문 배우는 방어적이다.
그는 인종에 관해 이야기 하거나 자기 자신이 인종 차별에 가담하지는 않는지 질문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그는 방어 기제를 동원해서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빠져나간다.
취약성 전문 배우가 사용하는 최고의 무기는 눈물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른 배우들의 도움과 지지를 얻는데, 이것이야말로 그의 최고 전략이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우려와 비판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는 관심을 끄는데 능숙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에게 맞서면 그는 우리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이미지를 보호하고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막이 내린다.

우리는 일반화/뉘앙스/가스라이팅/취약성 전문 배우가 내뱉는 말의 힘에 아주 쉽게 휘둘린다.
그들이 적이 아닌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때 특히 그렇다.
그들은 무대에 등장해서 우리 주장을 수정하고, 우리 자신을 의심하고, 우리 판단을 부당하게 문제 삼는다.
결국 그들 때문에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타인의 눈에 띄지 못하며 권력을 잃는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면 방심하다가 허를 찔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주고 받는 대신 대화를 연막으로 삼아 우리를 지배하려 든다면 그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고, 우리 대사를 계속 말해야 한다.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리커버판 <불안의 책>, <대성당>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리커버판 <불안의 책>, <대성당> 책이 왔다.
전적으로 충동 구매했다.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전혀 없지만, 무턱대고 사 놓으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인터넷 상의 명언을 굳게 믿으며 기대해본다.
북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옆에 쌓아 놓으니 그저 마음이 편안해진다.


2019년 7월 9일 화요일

매거진 B BLUE BOTTLE COFFEE


매거진 B <BLUE BOTTLE COFFEE>
issue No.76
MAY 2019

출판 : (주) 제이오에이치 (JOH)


Contents

2    Intro

9    Editor's Letter

12   Welcome
      도쿄에 자리한 여러 블루보틀 매장에서 마주친 사람들

16   Opinion
      블루보틀 커피 컬처 디렉터 '마이클 필립스'

20   Slow Coffee
      균형 잡힌 커피 맛을 내는 블루보틀의 세 가지 추출 레시피

26   Mate
      블루보틀 고유의 커피 문화를 대변하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들

30   Backstage
      블루보틀 커피 전 지점의 커피 맛을 통제하는 오클랜드 로스터리와 커핑룸

34   Essentials
      미적 감각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반영한 블루보틀의 다양한 상품군

42   Opinion
      브랜드 기획자 '임태수'

46   Atmosphere
      지역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인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블루보틀 커피 매장

50   Experience
      브랜드의 철학을 실체화한 블루보틀 커피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커피 경험

63   Opinion
      블루보틀 커피 EVP '이가와 사키'

66   Atmosphere
      동네 특유의 정취 속에 편안한 이웃집처럼 자리한 일본 내 블루보틀 커피 매장

70   Cafe Society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말하는 블루보틀 커피의 영향력과 성장 동력

80   New Wave
      블루보틀 커피 진출 이후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대중화에 일조하는 도쿄의 로스터리 카페

86   Refined

96   Brand Story
      블루보틀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

104  Interview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 CEO '브라이언 미한'

112  Henry House
      오클랜드에 자리한 블루보틀 커피의 본사 헨리 하우스

116  Session
      기업 문화와 호스피털리티에 대한 접근법이 응축돼 있는 블루보틀의 트레이닝 프로그램

118  Partners
      브랜드 성장의 기반이 된 대규모 벤처 투자와 인수

122  Origin
      블루보틀 커피가 취급하는 싱글 오리진 원두의 대표적 산지

124  Coffee Capitals
      독자적인 카페 문화를 형성한 4개 도시

128  Seoul
      블루보틀 커피의 두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의미를 갖는 도시 서울

132  Figures
      블루보틀 커피의 비즈니스 규모와 스페셜티 커피의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숫자들

135  References

137  Outro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된 커피 브랜드이다.
파란병 로고가 인상적이었고, 예전부터 인텔리겐치아, 스텀타운 등과 함께 익히 들어온 커피 회사였기에 우리나라에 문을 연다고 했을 때, 그다지 놀라운 느낌도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가 블루보틀의 2번째 해외 진출국이라는 것은 좀 의외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의 동양, 특히 일본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이 이런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뭐 동양에서 중요시 하는 '여백의 미'가 서양에서는 '미니멀리즘'으로 통하는 모양이고, 그걸 또다시 일본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것인양 따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암튼, 서양인들이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18 ~19 세기부터 있어왔던 것이어서, 제임스 프리먼이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게 그다지 새롭게 와닿지는 않는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내용들도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고, 다만 블루보틀의 문화가 '호스피털리티 (환대)'에 중점을 둬서 고객이 느끼는 감성적인 부분을 매우 중요시 한다는 내용이 핵심 아닐까 싶다.
결국 브랜드라는게 이미지와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미니멀리즘', '호스피털리티' 이 두 단어가 블루보틀의 문화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의 내용은 목차에 적혀있는 것처럼 일반적이고, 난 제임스 프리먼이 푸어오버에 대해 했다는 말을 여기에 적어 본다.
나도 같은 생각이기에...

"나는 푸어 오버 커피를 지극히 단순한 한가지 이유에서 좋아한다.
그것은 푸어 오버가 다른 어떤 방식보다 좋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모든 방식은 결국에는 기계가 만든 것일 뿐이다.

"I like pour-over coffee for one simple reason : It tastes better than any other method. And besides, everything else is, at the end of the day, still a machine."

- JAMES FREEMAN, FOUNDER, BLUE BOTTLE COFFEE

사족 ; 마이클 필립스가 핸섬커피를 창립하고 운영할 때의 사진을 예전에 봤었는데 그땐 푸릇푸릇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이번 블루보틀 인터뷰에 찍힌 모습을 보니 이젠 완전히 아저씨가 다 된 것 같다. ㅎ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New Philosopher vol.3


<New Philosopher> vol.3


12   News from Nowhere
20   Feature  인생의 목표  올리버 버크먼
26   Feature  가치있는 인생을 사는 확실한 방법  마시모 피글리우치
32   Feature  '육체'로 사는 삶  데이먼 영
38   Comic  프랜시스의 인생  코리 몰러
42   Feature  지긋지긋한 인생  패트릭 스톡스
56   Feature  나의 죽음  나이젤 워버튼
62   Opinion  울지않는 환자  남궁인
70   Feature  삶의 차이를 인정하는 용기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76   Feature  사랑, 인류 최고의 유산  톰 챗필드
84   Feature  우주적 외로움에 대하여  팀 딘
90   Critic  미래에도 인간이 존재할까  이종관
104  Interview  과도한 자기성찰 금지  갈렌 스트로슨
118  Feature  종(種)의 죽음 - 여섯 번째 대멸종  클라리사 시백 몬페리오리
124  Opinion  인류, 자전거를 탄 천동설주의자  이정모
130  Interview  핵폭발로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헬렌 칼디코트
142  Feature  킬러 로봇  앙드레 다오
148  고전 읽기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154  고전 읽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프리드리히 니체
156  고전 읽기  인생 7막  윌리엄 셰익스피어
158  Coaching  감옥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
                     라이프 스타일의 도덕적 모순  매슈 비어드
164  Column  종신형의 사회적 성과  더 크반 질 스미트, 캐서린 애플턴
172  6 thinkers 삶 life
174  Our Library
176  Column  더 중요한 목숨 ?  마이샤 체리
182  Essay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수행, 철학  장석주
188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  리키 저베이스


이번 호의 주제는 "삶의 의미"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는데, 어떤 글들은 읽어볼 만했고, 또 어떤 글들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이번에 내가 흥미롭게 읽은 글들은 <지긋지긋한 인생>, <나의 죽음>, <인류, 자전거를 탄 천동설주의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수행, 철학> 등이었다.

<지긋지긋한 인생>을 읽으면서 누군가 나의 일생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을때, 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는 삶을 이끌어가는지 아니면 그저 끌려가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
또한, <나의 죽음>은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숙고하게 되며, 더불어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 철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인류, 자전거를 탄 천동설주의자>에서는 이정모 관장의 위트있고 유머있는 글을 만날 수 있는데 그와 더불어 인류의 오만에 대한 경고 또한 잊지 않고 있었다.

니체의 저서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발췌한 글에서는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이 불완전한 사고에 기초한다는 것과, 평범한 사람에게 삶의 가치라는게 그저 세상보다 자기 자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은 결국 삶의 가치를 의심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수행, 철학>에서는 자기 성찰 속에서 의미의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삶이 철학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모두 읽어볼 만한 좋은 글이었고 책을 덮고 나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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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는 자기 인생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라는 것이다.
인생은 겉만 훑고 살면서 세상에 원만히 적응하는 문명화된 존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둡고, 모순적이며, 충동과 열정, 잔인함, 황홀함, 광기가 뒤섞인 대혼란 상태다."
- 토머스 베이글

"인생은 늘 지금뿐이다. 그런데 '의미있는 인생'을 위한 노력은 '행복한 인생'에 대한 집착만큼 현재라는 순간의 밖으로 우리를 내모는 듯 보인다.
현재라는 순간은 실제 내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시시포스의 신화가 그토록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끝없는 노동에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시포스의 삶을 제대로 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까닭은 매일 바위를 굴리는 형벌이 단조롭기 때문이 아니라 그 끝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이야기 대신 끝없는 반복으로 가득 차 있고, 그의 노력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인들이 하나 둘 죽는다.
마치 자연의 섭리를 따르듯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점점 익숙해지고, 죽어가는 과정에 무엇이 포함되고 자신의 죽음이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전히 의식하지 못한 채 당신 자신도 죽게 될 것이다."

"떠난 사람들에 대한 추억은 그들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하기를 기대했던 시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이따금 그들을 떠올릴 것이며, 어쩌면 그들이 당신의 삶을 계속 인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추억할 때마다 당신은 간직해 둔 기억을 다시 소모하게 되고, 결국 그런 행위 때문에 점점 그들의 진짜 모습을 잊게 된다."

"철학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전혀 철학적이지 않는 사람은 상식과 나이, 국적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고정관념과 일부러 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협력하지 않으면서 성장한 탓에 만들어진 강한 신념에서 비롯된 편견에 갇혀 인생을 산다.
이런 사람에게 세상은 확실하고 유한하고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평범한 사물은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낯선 가능성은 괄시를 받고 거절당한다.
철학은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경이로움을 느끼며 살게 해준다."
- 버트런드 러셀


2018년 8월 18일 토요일

월간 Chaeg, No.37


월간 <Chaeg> No.37


022  시작하는 글
026  삶의 아틀라스 ; Strawberries in Winter
036  저널1 ; 이탈리아에서 만난 리틀 포레스트
038  저널2 ; 편집자의 직업병
040  저널3 ; 잘 먹고 잘 싸는 법
042  저널4 ; 그 많던 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046  이 달의 토픽 ; 농사, 문명을 짓다
062  책이 선택한 책 ; 불친절하고 사적인 책 선택
064  책이 선택한 책 ; 사전책방문 / 지금 왜 이 책 / 소우주의 발견, 독립출판물 / 좋은 걸 어떡해
068  책이 선택한 책 ; 어디까지나 사적인 문장수집가
070  이달의 작가 ; 세상 똑똑한 농부 할아버지, 웬델 베리
074  특별기획 세계의 도서관을 가다 ; 전통을 잇는 최첨단 도서관 Qatar National Library, Doha
084  인터뷰1 ; 식물의 삶을 그리다,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088  인터뷰2 ; 함께 그려나가는 가치 있는 삶, 종합재미상사
092  책 속 이야기 : 사회 ; 음식과 예술, 공동체의 결합 오슬로의 도시농장 Losæter
102  책 속 이야기 : 여행 ; 파밍보이즈, 파머컬쳐를 보다
110  세상의 모든 책방 ;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두바이 책방
119  포토 인터뷰 ; 농부, 자연의 삶을 읽다
130  독서모임 책일당 ; 삶의 단위를 바꾸는 고민
136  이달의 수
138  책과 함께 사는 삶 ; 책장을 오르다, Book Shelf House
142  동화 꼬리잡기 ; 어디서 오는 걸까 ? <알레나의 채소밭>
144  소식 ; 출판가 소식
150  소식 ; 해외 출판 소식
155  새로 나온 책
178  프라임 ; 채소의 온기
184  시가 흐르는 시간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186  영화로 태어난 책 <동물 농장>
188  맛으로 만나는 책 ;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맛 "콩나물무보리밥"
190  뒷맛이 쩜쩜쩜 ; b군 아닌 B군에게
192  끝맺는 말


다시 오랜만에 월간 <Chaeg>을 구매했다.
지난 6월에 산 잡지인데, 이제 다 읽었다.
실은 No.36을 사려고 했었는데, 착오로 이번 호를 사게 되었다. 덕분에 평소에 별 관심없던 '농사'를 주제로 한 내용을 원없이 읽었던 것 같다.
시작부터 큰 기대없이 아까우니까 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나름 재미가 있었고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내용들 중에 특히 내가 관심있게 읽은 것은, 이달의 작가로 선정된 "웬델 베리"에 대한 글과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씨에 대한 글, 그리고 오슬로의 도시농장 이야기와 세계의 농가를 돌며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인 "파밍보이즈, 파머컬쳐를 보다" 등이었다.

또한, 책에 대한 잡지답게 이번에도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관심있는 책은 <블랙어스>, <마르크스의 철학>, <세상을 알라>, <노(No)로는 충분하지 않다>, <맛있는 교토 가정식> 등이었다.
그밖에 이달의 작가로 선정된 웬델 베리의 책들 중 <지식의 역습>과 <오직 하나뿐>도 관심가는 책이었다.

어쩌다보니 잘못 구매한 책을 읽게 되었지만, 생각외로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이런 것이 또 잡지의 매력 아닌가 싶다.


2018년 7월 29일 일요일

매거진B - Kyoto


매거진B <Kyoto>

출판 : (주) 제이오에이치


Contents


2    Intro

9    Editor's Letter

12   Impression
     풍경을 통해 바라 본 교토

18   Observers
     교토를 경험한 사람들이 말하는 교토의 아름다움

22   Collected
     교토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

26   Overview
     교토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 문화적 키워드와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수치들

36   At Dawn
     스이란 럭셔리 컬렉션 호텔에서 맞이한 아침

42   Exploration
     교토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구역별 산책 코스

48   Coffee Culture
     도시의 이상적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담아낸 교토의 카페들

54   Dining Scene
     푸드 외식업계 전문가를 통해 바라 본 교토의 식문화

66   Local Tours
     로컬 투어를 통해 경험한 전통 시장과 선술집

72   Objects
     교토 취재 중에 발견한 교토를 닮은 물건들

74   Community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본 교토의 전통과 창의

88   New Wave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개인과 창작 집단의 움직임을 통해 본 잠재력

96   Art Platform
     교토의 개방성과 예술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이벤트 교토그라피

100  At Dusk
     밤의 정원을 품은 포시즌스 호텔 교토

104  Understated
     교토에서 마주한 색

112  Settlers
     타 지역 출신으로 교토에 정착한 사람들이 말하는 교토의 삶

116  Harmonized
     자신의 정체성을 교토 특유의 정서와 융합하는 글로벌 브랜드들

122  Where to go
     영역별로 정리한 교토의 가볼만한 장소들

128  References
     확고한 시선이 담긴 교토 관련 서적들

133  Outro


일본의 여러 도시들 중에 막연하게나마 관심가는 도시가 교토였는데, 마침 <매거진B> 에서 다루었길래 구매해봤다.
이런 저런 다양한 매력이 많은 도시라서 책 한권으로 다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어봄으로서 대략의 이미지는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는 여러 분야별로 교토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읽으면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교토의 카페 이야기를 담은 Coffee Culture와 전통 예술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관련된 글, 그리고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을 다룬 New Wave와 Art Platform 글들이었다.
교토가 일본에서 커피소비량 1위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특히 소개된 커피집들 중에 '위켄더스 커피 (Weekenders Coffee)'와 '와이프 앤 허즈번드 (Wife & Husband)' 같은 커피집들은 꽤 흥미로운 곳이었다.
그리고, 분야가 다른 예술가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밖에, 다른 주제의 글들도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흥미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읽어볼만 하지 않나 생각한다.


2018년 6월 11일 월요일

New Philosopher vol.2


<New Philosopher> vol.2


- New from Nowhere
- Feature  상품화된 세계   데이먼 영
- Opinion  자유로운 소비의 역설   최태섭
- Comic  오랜 방랑   코리 몰러
- Interview  물질주의적 삶에 대하여   팀 캐서
- Essay  남편이 남긴 물건   캐럴 허드슨
- Essay  남겨진 칫솔   오마르
- Feature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   DBC 피에르
- Feature  수집가를 위한 변명   패트릭 스톡스
- Feature  언제나 두 개가 부족하다   안토니아 케이스
- Interview  100만 개의 물건을 모은 수집가   로스 맥팔레인
- Feature  사물에도 내면이 있다   올리버 버크먼
- Feature  깔끔하거나 혹은 너저분하거나   나이젤 워버튼
- Review  세속인을 위한 무소유   박사
- Interview  소지품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   샘 고슬링
- Feature  장난감을 팝니다   개리 크로스
- 4 thoughts  광고에 대하여 / 달콤한 위안 / 미래를 위한 물건 / 우리가 떠나온 것들
- 6 thinkers  물건(stuff)
- 고전 읽기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 고전 읽기  이솝우화   새뮤얼 크록쉘
- Coaching  원치않는 선물에 대처하는 도덕적 딜레마 / 물건 공유의 도덕   매슈 비어드
- Our Library
- Column  '몸'을 철학하다   마리나 벤저민
-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   비센테 폭스


'일상을 철학한다'는 모토로 발간되었다는 철학 잡지에 대한 소식은 일찍이 듣고 있었는데, 창간호는 구매하지 못하고 이렇게 두번째 호를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는 호주에서 발행되는 잡지인데, 올해 한국어판이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물건', 또는 '상품'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이를 주제로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었다.
사람들이 소유한 '상품', 또는 '물건' 들과 사람 그 자체와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에 대한 고찰도 있었고, 이런 소유물이 개인의 정체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글도 있었다.
또한, 물건들이 사람의 감정에 남기는 흔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어려운 철학책이라 생각하며 읽을 필요는 없고,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기분으로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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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사회는 모든 존재가 살아가는 이 세계와 여기에 나타나는 세계 속 사물들을 돌볼 줄 모른다.
소비자 사회가 모든 대상을 대하는 중심적 태도, 즉 소비적 태도는 손대는 것마다 모두 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 한나 아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