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Philosophie Sentimentale)
프레데리크 시프테 (Frederic Schiffter)
이세진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을 구매한 건 작년이었는데, 오랫동안 읽다말다를 반복하다보니 다 읽는데 거의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전문 철학서도 아닌데 이상하게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계속 덜컹거리는 느낌으로 책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어찌되었건 몇번에 걸쳐 읽어보고 이쯤에서 그만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이렇게 책에 대해 정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 자신도 서문에서 말했듯이,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사상가와 작가들의 아포리즘 10 개에서 영감을 얻어, 때로는 개인적이고 때로는 교훈적인 상념을 에세이로 써내려간 책이다.
작가가 인용한 인물들은 '프리드리히 니체',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그리고 「전도서」와 '미셀 드 몽테뉴', '세바스티엥 샹포르', '지크문트 프로이트', '클레망 로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등이며, 이들의 삶과 작품을 인용하면서 인간 삶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며 고통스럽고 혼돈 상태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상이 장미빛이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들은 이 책을 읽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철학서라기 보다는 에세이이기 때문에 문체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읽어나갈만큼 만만하지도 않다.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보면, '프리드리히 니체'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과, 노동뿐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여가'라 여기는 활동조차 남들과 비슷해지려는 경향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페르난두 페소아'를 통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는 작가의 삶, 권태와 심사숙고 사이의 경계에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몽테뉴'가 죽음에 대한 사유에 매진했고, 삶의 본질이 부조리이고 고통이라 생각했던 사상가라 말하고 있고, '세바스티앵 샹포르' 편에서는 어리석음과 저속함, 편견과 허세, 계산과 야망이 난립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통해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성을 지녔다는 관점을 말하고 있으며, '클레망 로세'에서는 난잡한 무질서, 카오스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이고, 사람이든 사회든 국가든 모두가 무질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도서」의 글에서는 삶의 부조리함과 무의미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마르셀 프루스트'를 통해서는 삶의 슬픔이 글쓰기의 원천이며 그 슬픔을 소설적 관념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짧게 요약하려다보니 자칫 작가의 주장이나 견해를 놓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작가는 삶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책 속에 여러 인상적인 글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귀와 이 책의 주제라고 할만한 문단을 여기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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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
"친숙한 현실이 느닷없이 돌변할 때, 현실을 빚어내는 '양상', 이를테면 신의 섭리 같은 그 무엇이 깨져버렸을 때, 집단이 무너지고 구성원들은 제멋대로 놀며 타자들이 적의를 드러내고 살육에 취할 때, 우리는 흔히 '세상이 무너진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정작 무너진 것은 세계도 아니요, 세계에 속한 그 무엇도 아니다.
무너진 것은 '우주적' 환상이다.
우리는 그 환상을 통해 사물의 본성을 생각해왔을 뿐이다.
이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닫는다.
세계, 다시 말해 그리스인들은 '코스모스'라고 불렀고 로마인들은 '문두스 : mundus'라고 불렀던 것은 어떤 질서, 구조, 조화를 전제한다.
그로써 규칙성, 안정성, 불변성에 의해 모든 배치는 합목적성의 욕망에 부응하게 된다.
그런데 상실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잔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인간의 목숨이 우연과 죽음, 말하자면 '카오스'에 내맡겨진 여러가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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