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오래전 프랑스 영화 중에 <바이올린 플레이어 (The Violin Player, Le Joueur De Violon)>라는 영화가 있었다.
제작 년도를 찾아보니 1994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 개봉이 되었고, 나도 그때 이 영화를 봤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단성사에서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직후 나는 영화의 OST 음반을 구매했었고,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파리의 하수구에서 작은 배를 타고 가며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15분 조금 안되는 샤콘느 전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연주를 하는 동안 도시의 지하 하수구에 살고 있는 노숙자들과 부랑인들은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이 연주자를 지켜보며 음악을 듣는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지성이 이들을 감싸기라도 하는 것처럼 음악은 화면 속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게 된다. 그리고 화면 밖 모든 이들에게도...
지금 우리에게도 바이올린 연주자처럼 한 줄기 빛과 지성과 감동을 주는 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파리의 부랑자들과 다르게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하수구의 부랑자들은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왜 자신들과 같은 부랑자가 아니냐고 따지지 않는다.
자신이 받고 있는 빛과 감동과 지성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어둠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쥐떼들의 소리에 파묻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심지어 그에게 연주를 권했던 이들조차도...
나는 이 연주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연주자가 이 험한 세상을 잘 버텨 훗날 우리가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 사족 : 책에 대한 후기나 서평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오래전 봤던 영화 이야기로 글을 썼다.
나는 조국 교수가 영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홀로는 약하디 약한 개인들을 거대한 물결로 만들 수 있는 식견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조국 교수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솔직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 땅에 트럼프의 시대가 올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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