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New Philosopher vol.5 - "내 대사를 계속해야 한다." 중에서...


내가 '특정한' 문제를 언급하거나 모범이 될만한 '특정한' 사람을 칭찬한다.
(이때 일반화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일반화 전문 배우는 특정한 것들을 무엇이든 일반화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흑인의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말하면 그는 "모두의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대꾸한다.
우리가 "여성은 모두 억압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그는 "누구나 억압받고 있다."라고 응수한다.
그는 특정 문제를 일반화해서 현실을 모호하게 만든다.
특정한 일에 관심이 집중되면 자기가 혐의를 받기 때문에 그 일을 일반화해서 모두를 연루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책임을 회피한다.
특정한 사람을 칭찬해야 할 상황이 되면 이 배우는 일반화 전략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을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 모두에게 관심을 돌리면서 특정 개인이 이룬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일반화 전문 배우는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계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내가 특정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때 뉘앙스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뉘앙스 전문 배우는 세상 만사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한다.
뉘앙스 전문 배우는 우리 주장이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문제의 모든 측면을 샅샅이 살펴 보았는지 의심한다.
그런 방식으로 그는 우리가 비판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아 버린다.
그는 어떤 일이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부당한 행동에 항의하면 그는 언제나 똑같이 대꾸한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면 안돼요"
그는 문제가 복잡하니 좀 더 논의해보자고 말하면서 간단한 행동조차 중단시켜 버린다.


내가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가스라이팅 :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한 말로, 상황을 조작해 타인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어서 그를 통제하는 행위.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무슨 말이든 해서 우리가 방금 언급한 내용에 관해 우리 스스로 오도된 의구심을 품도록 몰고 간다.
우리가 직접 겪은 부당한 일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믿어주는 대신 우리 경험을 의심하게 만든다.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요. 그 사람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우리가 폭행당했다고 말해도 그는 믿지 않는다.
"확실해 ?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가스라이팅 전문 배우는 우리의 사회적 위치를 구실 삼아 우리 경험을 의심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진실'을 오해한 것은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인종 차별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때 취약성 전문 배우가 등장한다.)

취약성 전문 배우는 방어적이다.
그는 인종에 관해 이야기 하거나 자기 자신이 인종 차별에 가담하지는 않는지 질문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그는 방어 기제를 동원해서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빠져나간다.
취약성 전문 배우가 사용하는 최고의 무기는 눈물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른 배우들의 도움과 지지를 얻는데, 이것이야말로 그의 최고 전략이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우려와 비판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는 관심을 끄는데 능숙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에게 맞서면 그는 우리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이미지를 보호하고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막이 내린다.

우리는 일반화/뉘앙스/가스라이팅/취약성 전문 배우가 내뱉는 말의 힘에 아주 쉽게 휘둘린다.
그들이 적이 아닌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때 특히 그렇다.
그들은 무대에 등장해서 우리 주장을 수정하고, 우리 자신을 의심하고, 우리 판단을 부당하게 문제 삼는다.
결국 그들 때문에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타인의 눈에 띄지 못하며 권력을 잃는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면 방심하다가 허를 찔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주고 받는 대신 대화를 연막으로 삼아 우리를 지배하려 든다면 그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고, 우리 대사를 계속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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