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8일 일요일

New Philosopher vol.8 -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


<New Philosopher> vol.8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날지에 대한 균형 잡기  마리나 벤저민
24   Feature  당신 내면의 욕망, 그리고 균형  올리버 버크먼
30   Comic  배심원 선정하기  코리 몰러
32   Feature  균형 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  톰 챗필드
38   Feature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46   Feature  게으름과 일중독 사이에 선 사람들  나이젤 워버튼
52   Feature  시간, 희생과 보상이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  티모스 올즈
60   Interview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엘리자베스 앤드슨
74   Feature  정의의 여신이 말해주는 것들  앙드레 다오
80   Feature  언론의 균형 잡기  패트릭 스톡스
86   Feature  대립되는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팀딘
92   Feature  뚱뚱함, 빼빼함, 당신의 선택은 ?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102  Feature  여성 화가 작품이 차별 받은 이유  티파니 젠킨스
108  고전 읽기  남성과 여성의 차이  시몬 드 보부아르
122  고전 읽기  관용에 대하여  장자
128  Interview  균형은 조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마이클 푸엣
142  6 thinkers  균형 Balance
144  Coaching  어른들은 왜 항상 일만 하죠 ?  매슈 비어드
148  Our Library
152  Interview  나만의 인생 철학 13문 13답  나이프 알-로드한


이번 포스팅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했었다.
작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올린다는게 늦어도 너무 늦어서...그것도 잡지를...
발행은 작년에 된 책이고 올 3월에 구매해서 읽었는데,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거의 읽지 못해서 이렇게 늦어진건데, 참 할 말이 없다.

'균형'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번 호는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의 분야에서, 작게는 개인의 삶에 대해서 균형의 의미를 고찰해보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어떤 글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것도 있었고, 어떤 글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러 길고 짧은 글들 중에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과 <언론의 균형 잡기>가 내겐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글이었는데, 전자가 앞서 말했듯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줬던 글이고, 후자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글이었다.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에서는 우리가 흔히 좋다고 알고 있는 균형, 효율, 시스템 등이 실은 환상일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개인의 행위 및 집단 행동의 중요성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그 사회는 감옥일 뿐이고 거짓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한편, <언론의 균형 잡기> 같은 경우는 기계적 균형 또는 중립이 아닌 조명할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한 균형에 대한 이야기로서, 우리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여서 그런지 더 확실하고 쉽게 와닿았고, 다시 한번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밖에도 <균형을 잡는다는 것>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있는 자유로운 존재인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언어/경제/정치/문화의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점을 말하고 있고, <합리적인 중도>라는 짧은 글에서는 양당제 보다는 다당제를 통해 균형이 항상 중도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날지에 대한 균형 잡기>는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 행복, 완벽, 만족 등 다른 모든 불가능한 기준을 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결국 균형을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이런 균형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좀더 관대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당신 내면의 욕망, 그리고 균형>은 인간 내면의 그림자 (또는 욕망)를 인정하여,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모습과 그러고 싶지 않은 모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인간 행동을 사유하는데 유용하고, 그 균형을 잡지 못할때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 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회피하기 위해 고정된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자기 기만에 빠지는데, 이러한 자기 기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이상 정체성 찾기를 그만두고 우리가 그저 여러 역할을 하며 산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워라밸'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실존주의적 역할을 자유롭고 책임감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전 읽기" 부분에서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중에서 발췌한 글과 <장자>의 글이 실려있었고, Interview 로는 미시건 대학교 철학/여성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앤더슨 (Elizabeth Anderson)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 중국사/인류학 교수인 마이클 푸엣 (Michael Puett) 교수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엘리자베스 앤더슨 교수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마이클 푸엣 교수는 동양 철학 속에서 균형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이번 호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 생각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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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과 균형을 혼동하지 말라." - 톰 로빈스


사르트르는 인생이 일종의 실존주의적 역할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는 균형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명 '워라밸'이라고 불리는 '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에는 우리 일상이 일과 삶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두 요소가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러한 전제는 우리가 복잡하고, 가변적이고, 매 순간 현재진행형으로 돌아가는 삶 속에 있다는 진실을 무시한다.
나는 '워라밸'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균형이 불균형보다 우월하다는 뉘앙스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이 말이 엄마를 하나의 역할이 아닌 객관적 대상으로 취급하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라면 '워라밸'에 목을 매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실존주의적 역할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해나가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시작은 엄마를 그만두는 것이다. 
- <균형이 늘 정답은 아니야 !>중에서...


"한 사회 또는 개인이 문명의 길을 따라 꽤 멀리 나아간 후에야 비로소 여성 평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 레베카 웨스트


《하퍼스매거진》에 실린 '와퍼의 나라 (Home of the Whopper)'라는 글에서 에세이스트 토마스 프랭크는 미국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식당 체인점들을 수많은 성분을 고르게 배합해서 균형 잡힌 제품을 생산하는 비인간적이고 안정적인 무결점 기술로 묘사했다.
"모듈형 구조, 조립 라인을 이용한 음식 서비스, 바구니 한 쌍이 붙어있는 튀김기, 대형 조미료통, 끝을 안으로 접으면 흘리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플라스틱 컵 뚜껑까지, 이것들은 모두 인간 독창성의 승리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그렇게 극대화된 효율성은 연료, 에어컨, 토지, 쓰레기 매립지 등 다른 부문에서는 엄청난 낭비를 초래했다.
사회 통념의 틀 안에서 보면 산업공학의 걸작이지만, 그 틀 밖에서 보면 거기에는 그저 소모되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과 사람이 있었다."
사회 통념의 틀 안에서 시스템은 기계화된 공예 장인처럼 완벽성을 추구하며 움직인다.
모든 성분을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한다.
서비스 지연이나 쓰레기 같은 각종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처리되고 개선된다.
하지만 사회 통념의 틀 밖에서는 수치로 표현하지 않은 낭비가 보인다. 
균형을 잡는 작업에 없어도 되는 재료들이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 <균형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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