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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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단골 커피집이 하나 있다.
단골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최근 3년여 동안에는 자주 가지도 못했다.
요즘은 거의 2~3달에 한번 가는 것 같다.
그나마 이게 형편이 좀 나아진 것이어서 작년에는 한번도 못갔었다.

2008년부터 알게 된 커피집이니 제법 오래되긴 했다.
여기 커피를 마시다보면 진하고 깊은 향미 때문에 뭔가 커피의 본질에 근접한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 집이 로스팅을 무조건 강하게 하는 집도 아니다. 
요즘 커피집들처럼 아주 연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원두의 색을 보면 대략 city 정도...
그런데 마셔보면 첫 모금부터 향이 아주 인상적이다.
향이 다양하게 다가오는건 아닌데, 마시고 있으면 입과 코 안에서 느껴지는 향이 나의 뇌까지 모두 감싸 버리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고민이 많을때,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을때, 가슴이 답답하고 벽돌을 올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때, 가끔 간다.
가서 사장님과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갈 때마다 사장님은 안계시고 직원분만 있다.
직원분과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직원분은 끊임없이 자기 할 일을 하고, 난 커피 한 잔 들고 가게 밖에 나와 혼자 거리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가게가 작고 테이블도 전혀 없는 그런 집이다.
당연히 이런다고 나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순간 뭔지 모를 심연에 다가선듯한 느낌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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