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나이를 먹으면 이런 저런 삶의 문제들을 대할때 좀더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좀더 빠르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삶을 건성으로 살아서 그런지 지금의 나에겐 그런 모습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늘 번민 덩어리고, 늘 혼돈의 나날이다.
예전엔 이렇게 혼란스러워 할 때마다 늘 옆에서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늘 내겐 친동생 같았고 친구 같았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저렇게 철이 없고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몰라서 어떻게 취업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고, 취업할 때마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 포트폴리오 등을 일일히 검토해주고 조언을 해주곤 했었다. 늘 철없는 친동생처럼 걱정거리였다.
그러던 친구가 점점 회사 생활이나 프리랜서 생활을 잘 해나가고, 자기 분야에서 인정 받는 모습들을 보며 흐뭇해 하면서, 이젠 제법 어른스럽구나 싶었다.
동시에,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친구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늘 나를 챙겨주고,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격려해주고 공감해주고, 어려움을 잠시 잊게도 해줬었다.
나의 판단이 틀렸어도 일단은 공감을 먼저 해주고 그 다음 분석을 하며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다.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늘 이 친구에게 고마웠다.
내가 지방에 살게 되면서 이 친구는 내게 자주 전화를 해줬고, 안부를 물었고, 공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늘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기도 했었다.
예전에 이 친구가 커피집 갈때 와이파이라도 이용하라고 줬던 애플 휴대폰도 아직 갖고 있다.
이 친구 말이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을때, 마지막으로 만든 버전이라고 하면서 줬던 스마트폰이다.
물론, 지금은 고장난 상태다.
누군가 나를 걱정하고, 내 안부를 궁금해하고, 찾아준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요즘, 이 친구가 자주 생각난다.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데, 문득 문득 자주 생각난다.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도 없고, 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이 친구는 지금 하늘에 있다.
그곳에서 편히 있는건지 모르겠다.
늘 철없는 동생 같던 친구가 어느덧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친구가 되어서 참 좋았었는데, 이젠 볼 수가 없다.
오늘도 문득 이렇게 생각이 나서 몇 글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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