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1일 일요일

헛소리...

1993 ~ 94년초, 나는 말년 병장이었다.
군대를 좀 늦게 갔었다.
그 당시 남북 관계가 최악이었다.
군대에서는 갑자기 준비 태세 훈련이 잦아졌다. 거의 매일 훈련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말 그대로 일상적인 훈련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훈련의 횟수나 강도가 이전과 다르다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전에는 어느 정도 형식적인 훈련이었는데, 이때는 정말 FM 훈련이었다.
나는 말년 병장이 될 때까지 우리 부대에 거대한 가마솥이 있었는지 몰랐었다.
나는 우리 부대에 그렇게 많은 탄약이 있었는지도 몰랐었다.
준비 태세 훈련 때마다 부대 내 모든 무기, 탄약, 식량 등이 꺼내졌었고, 말년 병장이라고 봐주는 것도 없었다.
내가 있던 곳이 후방 부대였는데도 이 정도면, 전방 부대들은 아마도 더 심했을 것이다.
부대 내 근무하는 방위병들이 있었어서 물어봤다.
부대 밖 사회 공기는 어떠냐고 ?
국민들 사이에 어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냐고 ?
방위병들 말로는 그런게 전혀 없다고 했다.
훈련 중 병사들이 경각심이 없어 보이자 대대장이 상황의 심각함을 말하면서, 지금 CNN 종군 기자팀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다고 했었다.
나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괜히 겁주려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지만, 사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미국은 전쟁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남북 관계가 긴장될 때마다 그런 것들이 괜히 허풍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남북 관계가 6.25 이후 최악이라는데, 1993 ~ 94년 당시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미국 대선과 우리의 총선을 겨냥한 북한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정도면 다행이다.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싶고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인류는 늘 실수를 반복한다.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야만의 시대가 다시 왔듯이, 전쟁의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나의 이런 생각이 기우이길 바란다.
지나치게 걱정 많은 사람의 헛소리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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