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때인지 고등학교 다닐 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겨울에 친구들과 무주에 놀러간 적이 있다.
무주 구천동에 스키장 같은 것들이 들어서며 개발되기 훨씬 전이었고, 그저 평범한 시골이었을 때다.
덕유산 정상도 올라갔다 오고 그랬는데, 하루는 하천을 따라 걷다가 건너편으로 건너갈 상황이 있었다.
조금만 돌아가면 다리가 있어서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는데, 친구들은 굳이 살짝 얼어붙은 하천을 건너겠다고 우겼다.
내가 보기엔 좀 위험해 보였는데, 다들 얼어붙은 하천을 건너기 시작했다.
난 어릴적부터 겁이 좀 많은 편이어서 그냥 빙 돌아 다리를 건넜다.
다행히 얼음이 깨지는 일 없이 친구들도 무사히 하천을 건넜고 다리를 건너간 나와 만났다.
가끔 어릴 적 이 상황이 생각날 때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얇게 얼은 하천을 건넌다는 게 참 위험하고 무서워보였다.
친구들은 겁없이 건넜고, 아니 겁났지만 참고 건넜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건넜고, 난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얇게 얼은 하천을 건널 일이 없다.
하지만, 삶 자체가 얇게 얼은 하천 같다.
빙 돌아서라도 갈 수 있는 다리는 없다.
그저 얇게 얼은 하천을 건너야만 하는 상황 뿐이다.
일상이 늘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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