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9일 일요일

오래된 기억...

어릴 적엔 어머니께서 매번 콩으로 메주를 담그고 그걸로 된장찌개를 만들거나 삶은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었다.
내가 콩자반을 좋아하다 보니 항상 커다란 궁중팬 같은 것으로 콩자반을 만드셨는데, 늘 오랫동안 불 앞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
옛날 우리집은 일제 강점기 때 지었던 집이어서 아주 오래된 집이었는데, 부엌이 너무 불편했다.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나가면 다시 1m 쯤 되는 높이의 단을 내려가야 했다.
늘 그곳에서 가족들 먹을 음식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냉장고도 없어서 매번 그때 그때 반찬을 만들고 국과 찌개를 끓이셨다.
내 기억으로는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등을 직접 만드셨고, 빨래도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를 하고 마당을 지나는 빨래줄에 널어 놓았었다.
겨울엔 그 빨래에 기다란 고드름이 맺혔고, 우리는 고드름을 따는게 일이었다.
일곱 식구의 살림을 평생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다.
그 오래된 집에서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살다가 이사를 갔다.
이사한 집은 그래도 당시 보편적인 입식 부엌이었고, 욕실도 화장실에 딸려 있어서 조금은 편해졌지만, 어머니의 일거리가 줄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으니 그 옛날 어머니께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자꾸 생각이 난다.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겠지만, 자식들 키우면서 집안을 꾸려 나가신 걸 생각하면 그 고생이 가늠이 안된다.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 이젠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정신은 아득하게 흐려지고 거동도 어려운 상태다.
화장실을 방금 다녀 왔는데, 기억을 못하고 다시 가는 일들이 빈번하고, 나 보고는 아저씨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런 저런 지병으로 몸 상태는 엉망이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간다.
요즘은 병원에서 해야 할 이런 저런 검사들도 강하게 거부하시고, 약 드시는 것도 거부하실 때가 많다.
사람들이 어머니를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그런건데, 자식들이 매달려 설득을 해봐도 별 소용이 없다.

내가 언제까지 어머니를 모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상황들이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계속해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옛날 음식들이 생각난다. 뜬금없이...
다시는 그 음식들을 먹어볼 수 없을거란 생각과 함께 자꾸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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