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3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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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 명절 때 연락을 못해서 해봤다고.
뭐 나도 연락을 못했으니 미안하긴 매 한가지다.
친구는 잘 지내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대기업 연구소에 있고 별일 없으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것 같다.

젊은 날 궤도를 이탈하고, 지금은 부모님 간병을 하고 있는 나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친구는 내게 지금 고생하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날 있을 거란 덕담을 해줬다.
친구와의 대화는 늘 이런 류의 말들이 오간다.
내 형편이 좋지 않다보니 늘 격려를 받는 쪽은 나다.
하지만, 난 앞으로 좋은 일 있을 거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괜찮다.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
전자는 근거없는 무대책 낙관이고, 후자는 긍정적 위로이다.
나는 희망 고문을 싫어한다. 거의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나는 행복의 변신론을 싫어한다.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보상을 받는다는 식의...
보통은 종교에서 많이들 하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불행과 행운 모두 특별히 계획되어서 내게 오는 것도 아니고, 노력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불행이든 행운이든 그저 눈없고 귀없는 것들이라 의미없이 어느 순간 오고 또 간다.
그러니 거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그런 것들에 과잉된 의미를 두는 순간 삶은 괴로워진다. 조금 더.
그래서 나는 지금의 힘듦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래서 앞으로 좋은 일 있고 복 받을 거란 말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말을 해주는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건, 굳이 할거라면 작은 긍정적 위로면 족하다는 것.
앞으로 조금 더 삶이 평온해졌으면 좋겠다는 말.
바라는 건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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