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한강
문학동네
그 무거움이 지나쳐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도 과도한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로인해, 읽으면서, 문장을 삼키느라, 단어를 삼키느라, 이야기에 집중하는게 어려웠고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을 느꼈다.
그런것들이 좀 불편했고 과잉된 의미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나친 감성과 과잉된 의미, 인위적인 사유...
그리고, 어찌보면 시나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스토리보다는 감성과 이미지의 연결처럼 느껴져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작가가 던져주는 수많은 감성들과 이미지들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모든 것들에서 사유의 근거들을 너무 찾으려 하면 좀 버거워지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내용중에
"감각과 이미지, 감정과 사유가 허술하게 서로서로의 손에 깍지를 낀 채 흔들리는 그 세계를, 결코 신뢰하고 싶지 않았어"
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그럼에도 문학에 매혹되었다는데, 나는 이 작품에 그렇게 매혹되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의 명성이 있고, 이미 작품도 좋은 평을 얻은 상황이라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러웠는데, 나에게는 맞지 않는 작품이다.
참고로, 나는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참 좋아한다.
작품에서 작가의 메세지를 모두 읽어낼 순 없지만, 전체 스토리에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느끼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 문장마다, 매 단어마다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벼울 땐 가볍고, 무거울 땐 무겁다.
그 조율이 자연스러웠고, 그러면서 그 조율의 흐름속에서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도 그렇고, <1984>도 그렇고, 세계적인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그랬던 것 같다.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일반화할 순 없을 것이고, 이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나의 느낌이 옳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꼈을테니...
끝으로, '그'와 '그녀'의 삶이 좀더 평온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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